[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다음달 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심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항공은 심벌인 컬러와 유니폼, 항공기 인테리어 교체 등의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결합심사 결과가 ‘최종 승인’에 기울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심벌인 푸른색 색깔을 연보라색으로 바꾸고 이에 맞춰 비행기 인테리어를 바꾼 기종까지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니폼 관련 사안은 결정된 게 없으며 확대 해석은 말아달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비행기 기종 변경 등은 자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며 “이미 인테리어를 주문해서 나오는 것은 (합병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을 것으로 보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3년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경쟁제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기업결합 승인을 미루고 있어서다. 당초 8월초에 나오기로 했던 결과는 여름 휴가철 등을 이유로 10월까지 미뤄지면서 이번에도 또 연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합병을 추진해 온 산업은행조차 합병절차 무산을 전제로 한 제 3자 매각 등 대안 검토에 착수하면서 ‘아시아나 제 3자 매각설’의 인수 대상자로 한화그룹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화는 당장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올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마무리한 한화그룹이 또다시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6월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무산되는 경우에 대한 플랜B는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됐다. 미국 법무부(DOJ)가 대한항공에 “독점을 해소할 경쟁 항공사가 없으면 합병 승인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2단계 기업심사를 진행한 EU집행위원회(EC)도 양사 합병으로 여객 분야와 항공화물 운송 시장의 경쟁제한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 때문에 산업은행 역시 방향을 선회하고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수행하는 컨설팅이 사실상 ‘제 3자 매각설’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흘러나왔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3년간 몇 차례나 인수합병이 무산되는 걸 보면서 인수합병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게 사실”이라며 “인수를 추진하던 직원들은 이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대한항공이 그동안 추진해 온 ‘보라색’ 교체와 관련한 이야기가 업계 안팎으로 나오면서다. 이에 대한항공은 이전부터 해오던 작업이고 공식화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합병되더라도, 아시아나항공과 2년간은 따로 경영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시정조치안을 EU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적 항공사와 국내 항공사의 신규 취항과 증편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2단계 심사에 착수하면서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 및 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인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4개 노선 점유율에 관한 시장경쟁성 제한 완화 조치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EU 집행위와 심사기한 연장 협의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심사 연장이 (8월에서 10월로) 결정된 것”이라며 “심사 연장 기간 내 EU 측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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