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79명의 사망자를 낸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인 ‘콘크리트 둔덕’을 없앨 기회가 최소 세 번 있었지만, 국토교통부가 모두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안공항 개항 직전인 2007년 한국공항공사는 국토부에 “활주로 끝으로부터 300m 이내 지점에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이 존재해 설치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둔덕 경사도 등을 감안할 때 ‘장애물’로 간주되니 설치 기준에 맞게 보완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당시 공항공사는 무안공항 건설이 끝난 후 현장 점검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고 국토부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 국토부는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 위치가 규정에 어긋나지 않고, 항공기 안전 운항에 직접적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했다. 공항공사 의견을 묵살한 것이다. 이후 국토부는 무안공항 운영을 허가하는 ‘공항 운영 증명’ 인가를 내줬다.
한국공항공사가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을 위험한 장애물이라고 본 것은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을 대비해 지정하는 ‘종단 안전 구역’이 짧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종단 안전 구역은 착륙대 끝으로부터 240m까지로 권고하는데, 무안공항은 199m밖에 안 돼 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김은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국토부는 당시 공사의 현장 검토 의견에 대한 답변에서 콘크리트 둔덕이 ‘종단 안전 구역 내’에 있다고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작년 무안공항 참사 후 둔덕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종단 안전 구역 밖 시설은 시설물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콘크리트 둔덕도 이 구역 밖에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다. 국토부가 유리한 대로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크리트 둔덕의 설계가 시공 단계에서 바뀐 사실도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무안공항 최초 설계 도면을 보면 로컬라이저 하단의 콘크리트 기초대는 ‘가로’ 형태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시공 과정에서 ‘세로’ 형태로 바뀌었다. 국토부 측은 설계 변경 관련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국회에 밝혔다. 당시 설계가 왜 변경됐는지, 국토부와 설계 업체 간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등이 모두 ‘깜깜이’로 남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매년 ‘공항 운영 검사’를 진행하면서도 둔덕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공항시설법 등에 따라 매년 전국의 공항 시설 전반을 점검한다. 여기엔 ‘로컬라이저 시설 및 장비가 부러지기 쉽게 설치됐는지’ 보는 항목도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2007년 무안공항 개항 후 18년간 이 항목에 S(만족)를 줬다.
‘콘크리트 둔덕’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는 2020년에도 있었다. 무안공항은 2020년 로컬라이저 개량·교체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초 마무리했다.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설계 용역 입찰 공고를 낼 땐 ‘Frangibility(부서지기 쉬움) 확보 방안 검토’라는 말을 넣었는데, 실제로는 콘크리트 둔덕 위에 상판을 덧대 더 보강한 설계안을 채택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에서 김은혜 의원은 국토부 산하의 항공철도조사위원회, 경찰 등의 수사 상황을 거론하며 “수사가 철저하지 않으면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필요하다면 특검을 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