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 개조 마쳐
너비 46cm에서 43cm로 줄어
내달 6시간 30분 걸리는 싱가포르행 첫 투입
공정위 주시에도 강행
소비자단체 "이행중지 명령 취해달라"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다음달 17일부터 대한항공을 이용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이코노미 승객은 기존보다 비좁은 좌석에서 7시간이 가까이 앉아 있어야 한다.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프리미엄석 설치를 위해 이코노미 좌석 배열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약 3000억 원을 투입해 보잉 777-300ER 11대를 개조하고, 기존 이코노미와 비즈니스(프레스티지) 사이 등급인 ‘프리미엄석’을 신설했다. 프리미엄석은 이코노미보다 약 1.5배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운임은 이코노미 대비 10%가량 높게 책정된다.

문제는 프리미엄석 신설 과정에서 기존 이코노미석 배열이 3-3-3에서 3-4-3으로 바뀌면서 좌석 너비가 18.1인치(약 46cm)에서 17인치(약 43cm)로 줄었다는 점이다. 앞뒤 간격은 유지됐지만, 옆 좌석과의 공간이 좁아져 장거리 비행의 피로와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조된 여객기의 첫 취항지는 싱가포르로 결정됐다.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중거리 노선으로 비행시간만 6시간 30분이 소요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과 함께 동남아시아 내 대표적인 최장거리 노선으로 분류된다.

대한항공 측은 개편한 이코노미 좌석의 시트 두께가 더 얇아져 실제 체감 공간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에서는 "안그래도 좁은 이코노미석이 더 좁아졌는데 가격은 왜 그대로냐", "기내의 급 차별화가 심하다", "서비스는 퇴보하고 가격만 오른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내고 "소비자들의 편의와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수익 극대화에 치중한 대한항공을 비판한다"며 "프리미엄석 도입의 구조를 즉시 개편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소비자들의 안전과 피해를 초래하는 사안에 시정조치 불이행 의결 및 좌석 배열 구조 변경에 대한 이행 중지 명령을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항공 ‘프리미엄석(Premium Class)’ 좌석 예상 배치도. 사진=대한항공
 

공정위 또한 대한항공의 좌석 배열 변경에 대해 시정조치 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번 이코노미석 축소가 장거리 노선으로의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며 40개 노선(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에 대해 좌석 간격 등 서비스 품질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인천~뉴욕 등 장거리 노선과 김포~제주 등 국내 주요 노선에서 좌석 간격 등 고객에게 불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를 제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이코노미석 축소를 강행한 싱가포르 노선이 기업결합에 따라 제한한 40개 노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소비자 권익이 심각히 침해될 경우 이를 들여다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프리미엄석 축소에 따른 이코노미석 축소에 대해 대한항공측으로부터 구두로 전달받았을 뿐, 별도의 설명이나 브리핑 같은 절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독점적 지위를 가질 우려가 있는 40개 노선에 대한 좌석 간격 축소 등 소비자 후생이 이뤄지는 경우 엄정하게 상황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머지 노선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이코노미 축소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지 않도록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도록 권고하는 등 소비자 후생 축소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대형 항공사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로까지 확산하면서 좁은 이코노미석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호연 호남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의 ‘항공기 이코노미클래스 객실 좌석 간격 연구’에 따르면, 1979~2021년까지 한국인 남성 허리둘레는 7.3~12.9cm, 여성은 3.6~5.6cm 가량 늘었지만, 좌석 너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체형 변화와 반대되는 좌석 축소가 소비자의 불편을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으로 국내 대형항공사가 1개가 되는 만큼 17인치 이코노미석이 표준으로 자리잡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 : 디지털포스트(PC사랑)(https://www.ilovep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