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폭염·지진 불안에 3년 반 만에 감소
7월 동북아 하늘길의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 노선은 무비자 입국 확대와 여름 휴가철 특수를 타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며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일본 노선은 폭염과 지진 우려가 겹치면서 3년 6개월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18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노선 여객 수는 159만3334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2.6%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7월(158만7655명)보다도 많다. 전체 국제선 여객(799만3611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로 올해 초 14.8%에서 5.1%포인트 상승했다.
회복의 가장 큰 동력은 양국 간 무비자 입국 조치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비즈니스와 관광 수요를 살리기 위해 상호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하계 휴가철과 맞물리며 수요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입국 시 무비자 시행이 효과를 내고 있다"며 "정책 시행 이후 항공사들이 중국 관광 노선을 중심으로 증편과 운항 재개에 나선 것도 여객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주요 항공사들은 하계 시즌에 맞춰 중단했던 중국 노선을 재개하거나 기존 노선 운항 횟수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공급 확대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일부터 부산-상하이, 제주-베이징 노선에 주 7회 운항을 재개했고, 인천-허페이 노선은 오는 19일부터 주 5회, 부산-베이징 노선은 9월 16일부터 주 6회, 인천-쿤밍 노선은 10월 14일부터 주 4회 운항을 다시 시작한다.
이미 운항 중인 일부 노선은 증편도 단행했다. 인천-옌지 노선은 지난 6월 1일부터 주 3회를 늘려 매일 운항 중이며 인천-다롄 노선은 지난달 1일부터 9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주 11회로 확대했다. 하루 1회 운항하던 인천-톈진 노선은 지난 5일부터 10월 20일까지 매일 2회 운항으로 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 말부터 중국 노선을 20% 증편해 18개 노선을 주 164회 운영 중이다. 인천-청두, 인천-충칭 노선은 주 7회 운항으로 전환했고, 다롄·옌지·창춘·창사 등 지방 노선도 증편했다.
저비용 항공사(LCC)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부산-상하이(푸둥) 노선을 주 4회 신규 취항했고, 10월부터 인천-구이린 노선을 시작한다. 진에어는 2년 만에 인천-칭다오 노선을 재개해 매일 운항하며, 에어부산은 부산-옌지 노선을 주 6회로 늘렸다.
하반기에는 중국 노선 여객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는 추석·개천절·한글날로 이어지는 최대 10일의 연휴와 중국 국경절(10월 1~7일)이 겹쳐 있어 여객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하던 방한 수요가 비자 면제 조치 시행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노선의 7월 여객 수는 207만485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 줄었다. 일본 노선 여객이 감소한 것은 2022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감소 배경에는 '7월 대지진설'과 기록적인 폭염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만화 '내가 본 미래'에 지난달 5일 초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는 예언이 담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안감이 확산됐다. 6월 하순부터 7월까지 규슈 남쪽 도카라 열도에서 소규모 지진이 1000~2000회 발생하자 불안이 커졌다.
여기에 118년 만의 폭염도 여행 심리를 위축시켰다. 일부 지역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면서 열사병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에 도쿄는 7월 여객 수가 50만5910명으로 전년 대비 10.8% 감소했고, 후쿠오카도 25만6302명으로 8.2% 줄었다.
주력인 단거리 일본 노선 수요가 줄자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LCC들은 운임을 낮추고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좌석 점유율과 매출 회복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결국 실적 부진에도 직격탄이 됐다. 진에어는 올해 2분기 4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고, 에어부산도 11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티웨이항공은 783억원, 제주항공은 419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다만 업계는 일본 노선 부진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대지진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고 여름 폭염이 끝나면 가을 단풍철과 겨울 온천 여행 수요가 회복세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안정적인 환율 흐름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2분기는 비수기일 뿐 아니라 일본 여행은 도보 이동과 야외 관광 비중이 높아 날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여름 더위가 누그러지는 9월 이후에는 여행 여건이 나아지면서 여객 수가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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