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곳의 현장은 우연히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이미 24개의 공항이 운영 중이고 그중 다수가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10개의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었다. 경제성 없는 대형 공항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철새 이동경로 파괴, 세금 낭비, 그리고 안전 리스크까지 떠안으며 공항공화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과잉 토목이 대 공항을 일으킬 정도다. 이제 더 이상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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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덕도 집회에서 행진중인모습 |
| ⓒ 이경호 |
지난 7월 26일 부산역 광장에는 "가덕도는 공항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슬로건이 울려 퍼졌다.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모였다. 집회에서는 신공항 건설이 생명을 고려하지 않은 토목 중심의 사업이며, 이로 인해 가덕도가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가 건설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규모 토목 사업이 추진된다는 지적이었다. 15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항 예산에 대해서는, 이 돈이 청년 주거 지원과 같이 더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파괴하고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사업에 낭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덕도 공항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대통령실 앞에서는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운영위원이 40일 가까이 1인시위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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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덕조 집회의 모습 |
| ⓒ 이경호 |
가덕도의 함성이 채 가시기도 전인 30일 오전, 전북에서는 또 다른 결기가 불타올랐다. 전북지방환경청 앞에 모인 활동가들은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촉구 집회'를 열고 삭발 투쟁을 감행했다. 이들의 머리칼은 새만금 간척의 상처 위에 또 다른 활주로를 그리려는 국가 정책에 대한 저항이었다. 참가자들은 공항 부지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번식지였던 '수라갯벌'이었음을 강조하며, 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조류 충돌 위험이 무안공항의 600배에 달하고, 서식 조류는 315종에 이르는데도 공사를 강행하려는 정부에 맞서 "조건부 동의가 아니라, 부동의로 답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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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삭발을 하는 활동가들의 모습 |
|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
삭발한 활동가들이 낭독한 선언문은 "새만금은 수라갯벌이었다. 생명의 땅이었다. 그곳을 공항으로 만든다면, 우리는 국가가 생명을 포기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라는 비장한 내용을 담고있다. 그들은 지금이 멈출 마지막 기회라며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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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삭발투쟁을 진행하는 모습 |
| ⓒ 새맨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
새만금에서 투쟁의 열기가 고조되던 같은 날, 제주도에서는 '2025 제주 생명평화대행진'이 시작되었다. 11회째를 맞는 평화행진은 3박 4일 일정으로 강정을 출발해 송악산, 애월을 거쳐 제주시청까지 이어진다. 이 행진은 단순한 걷기가 아니었다. 강정 해군기지, 송악산 난개발, 비자림로 확장 등 제주의 아픈 역사를 되짚으며, 제2공항 건설이 그 비극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는 더 이상의 공항을 원하지 않는다"는 외침 속에는 평화와 자연이라는 제주의 정체성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깊은 탄식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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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행진을 진행하는 모습 |
| ⓒ 제주평하행진 연대 |
제주 제2공항 예정지는 하도리 철새도래지와 불과 8km 거리이며, 기존 공항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8.1배, 무안공항보다 4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정부의 부실한 계획과 절차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행진 참가자들은 "우리는 비행기를 멈추는 대신 숲과 갯벌을 보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가덕도, 새만금, 제주도 환경활동가의 외침은 "공항을 중단해야 한다" 하나다. 대한민국에는 이미 24개의 공항이 운영되고 있고, 대부분 적자에 허덕인다. 그럼에도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절차 축소, 턴키 입찰 등의 방식으로 10개 넘는 공항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사업들은 대부분 철새 이동경로, 람사르 습지, 법정보호종 서식지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계획되어 있다.
과대 포장된 수요 예측, 적자 공항의 반복, 철도 등 대체 교통망에 대한 부실한 고려는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공항 건설은 탄소 배출을 늘리고, 공동체를 파괴하며, 막대한 세금을 낭비한다. 현장의 시민들은 "새로운 활주로가 아니라, 삶터와 평화를 지키는 사회로 전환"을 외치고 있다. '개발'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의 틀을 벗어날 것에 대한 미래지향의 요구다.
가덕도, 새만금, 제주의 투쟁은 단순히 공항만을 막는 운동이 아니다. 대한민국 교통 정책, 환경 정책, 지역 균형 정책의 근본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항쟁이다. 민주시민들은 더 이상 '가격'과 '속도'만을 중시하는 낡은 정책이 아니라, '생명력'과 '지속가능성'을 기준 삼는 새로운 철학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파리-리옹 같은 2시간 30분 이내의 단거리 국내 항공 노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고속철도로 전환하여 탄소 저감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와 같은 전환이 필요하다. 신공항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철도 중심의 교통 체계로 전환하며, 기존 공항을 다른 형태로의 전환을 통한 효율적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기 "탄소중립은 국가의 약속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 약속에 응답해야 할 때다. 활주로가 아니라 숲과 갯벌을, 가격과 속도가 아니라 생명과 연대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 가덕도, 새만금, 제주에서 터져 나온 함성은 이제 전국으로 퍼질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런 흐름을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는가는 대한민국이 '토목국가'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생명 중심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묵묵히 생태와 환경의 길을 함께 걷자는 시민들의 외침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