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신규 항공기를 속속 도입하며 기단 현대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기 납기 지연으로 전 세계 항공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보잉이 올해 들어 항공기 제작이 빨리진 덕분이다.
29일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이 올해 신규 도입한 보잉 항공기는 △B737-8 1대 △B787-9 1대 △B787-10 5대 등 7대다. 불과 7개월 만에 지난해 들여온 전체 보잉 항공기 대수 6대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B737-8이 대한항공에 들어온 건 2022년 8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2015년 11월 보잉과 B737-8 총 30대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2022년 5대가 처음 도입된 이후 3년 가까이 인도가 지연됐다. 올해 연말까지 대한항공은 B737-8 1대를 포함해 총 15대의 보잉기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지난해 신규 항공기 도입이 전무했던 제주항공(089590)은 올해 4대의 신규기를 들여왔다. 모두 보잉이 제작한 B737-8이다. 2023년 11월 B737-8 1·2호기가 들어온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인 지난 1월 3호기가 들어왔다. 이후 5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1대씩 추가로 인도됐다. 연말까지 동일 기종 2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B787-9 단일 기종으로 운영하는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동일 기종 2대를 추가로 도입했다. 연말까지 1대를 추가해 B787-9를 총 9대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에어프레미아가 도입한 항공기가 1대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보잉기 3대를 도입했던 티웨이항공(091810)은 올해 △B737-8 2대 △B777-300ER 1대 등 3대의 보잉기를 들여왔다.
앞서 보잉은 코로나19 발병과 항공기 결함에 의한 사고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20년 코로나19 발병으로 전 세계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보잉은 팬데믹 기간 두 차례에 걸쳐 직원 약 3만 명을 해고했는데 상당수의 숙련공이 팬데믹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신규 인력에 의존해서 만든 B737-9는 결국 지난해 1월 미국 오리건 상공을 날던 도중 동체 일부가 뜯겨 비상 착륙했다.
예비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는 2023년 8월 플러그 도어 조립 과정에서 볼트 결합 없이 출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미국 항공당국은 보잉 항공기 생산 전반에 대한 규제·감독을 강화해 B737 시리즈를 상대로 월간 생산 대수를 38대 이하로 제한했다. 이를 초과해 제작할 경우 미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9월 시작된 7주간의 총파업으로 미국 워싱턴과 오리건, 캘리포니아의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결국 지난해 전 세계 항공사에 인도한 상업용 항공기는 전년(528대) 대비 33.7% 감소한 348대로 코로나19 발병 이듬해인 2021년 수준(340대)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새롭게 도입한 안전 생산 공정이 현장에 정착되면서 올해 들어 항공기 제작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열린 콘퍼런스에서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며 FAA와 논의해 B737 시리즈 월간 생산 대수 상한선을 42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잉의 제작 속도가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지만, 최악이었던 지난해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항공사들도 올해 보잉기를 중심으로 신규기 도입이 원활해지자 이를 기반으로 신규 노선 취항과 기존 노선 증편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