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박윤미 기자］제주항공이 공식 SNS에 올린 숏폼 영상이 뭇매를 맞고 있다. '무한공항 여객기 참사' 발생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승무원들이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으며 신나게 춤 추는 영상을 게시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해당 영상은 지난 11일 틱톡 내 제주항공 공식 계정에 게시된 10초 분량의 콘텐츠로, 제목은 '앙칼진 승무원' 이다. 출연한 승무원들은 기내로 보이는 곳에서 빠른 음악에 맞춰 밝은 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다. 한 승무원은 윙크를 하거나 혀를 내미는 등 애교스러운 표정을 여러차례 짓기도 한다. 이 영상은 빠르게 확산돼 195만 회 이상의 조회 수, 17만 개 이상의 좋아요, 댓글 1천여 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은 "참사 1년도 안 됐는데 자숙도 없이 웃고 있다", "유해 수습이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성급하다", "유가족 입장에서 속이 뒤집힐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소 1년은 자숙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일부에선 "사고 책임은 조종사나 기체 시스템에 있고, 승무원 개인까지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 "밝은 분위기의 콘텐츠를 문제 삼는 건 과하다"는 옹호 의견도 나왔다.

이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은 "회사의 침체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승무원들이 애 쓰는 걸로 보이는 데, 이를 두고 승무원들의 행동을 나무라는 댓글들이 쌓인 것을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며 "저들(승무원)이 언제까지 숨죽여 있어야 만족할 것인지"라며 안타까워 했다. 

제주항공 홈페이지에는 2023년 작성된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며 항공사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다 하겠다", "우리는 고객지향적 사고로 끊임없이 변화하겠다", "고객의 작은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듣겠다", "고객의 말씀을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소비자중심 경영 선언문'이 게시 돼 있다. 

이처럼 제주항공은 고객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뜻을 대외에 선포했지만, 이번 틱톡 영상 '앙칼진 승무원'은 고객의 말(생각)과는 다소 동떨어진 행보로 비쳐져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논란의 배경이 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했다.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양쪽 엔진이 새떼와 충돌하며 고장 났고, 그중 한쪽 엔진은 여전히 작동 가능한 상태였지만, 조종사가 실수로 이를 정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이 사고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와 수사당국은 장기간 유해 수습 및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사조위(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최근 일부 내용을 유족에게 설명할 계획이었으나 유족 측 반대로 설명회는 취소됐다.

유족들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조위의 일방적 발표에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