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34개 ‘황금노선’이 대량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최대 수혜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정부가 항공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제주항공이 운수권 배분에서 사실상 배제될 위기에 처한 틈을 이스타항공이 치고 들어가는 구도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두 항공사 합병으로 점유율이 50%를 넘는 28개 노선을 LCC에 재분배한다. 대상 노선은 서울~베이징·상하이·오사카·나고야, 부산~베이징·오사카·후쿠오카, 서울~자카르타 등으로, 여객 수요가 많아 ‘황금노선’이다. 앞서 유럽 및 미주 노선 6곳은 지난해  배분을 완료한 바 있다.

당초 업계는 이들 노선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에 양분될 것으로 봤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사가 분배 대상에서 제외되고,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각각 유럽과 미주 노선을 이미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기 참사 이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정부가 항공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운수권 배분 규칙을 강화하면서 제주항공이 경쟁에서 밀려나는 구도가 된 것이다. 국토부는 운수권 배분 시 최근 3년간 항공기 사고와 사망자 수를 반영, 안전성을 정량평가한다. 제주항공 배제의 결정적 사유다.

실제로 국토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이스타항공 B+, 에어프레미아 C, 에어로케이 A++ 등급을 받은 반면, 제주항공은 안전성 평가 F등급으로 최하위에 랭크됐다.

더 결정적인 것은 정부가 새로 도입한 ‘사망사고 1년 배제’ 원칙이다. 항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에서 전면 배제된다. 제주항공으로써는 뼈아픈 부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권 배분 경쟁이 치열해 평균적으로 최고점수와 최저점수 항공사 간 3~4점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 뒤 “5점 이상 차이 나면 운수권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LCC 재편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과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인수 등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황금노선 확보 여부가 항공사별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국토부는 당초 상반기 중 노선 배분을 완료하려 했으나 관련 규칙 개정으로 일정이 늦춰져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배분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아직 협의 중”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