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일본 대지진설'에 홍콩인들의 일본행이 급감한 가운데 국내 항공·여행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당장 일본 여행 취소 사태가 벌어지진 않지만, 안전에 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에 가도 안전한 것인지를 묻는 문의가 조금 늘었다"고 밝혔고, 다른 관계자도 "일본 여행과 관련해 심리적으로 둔화 양상이 있지 않을까 싶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행 항공권 가격까지 뚝 떨어져 대지진설 영향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4일 출발 기준으로 인천발 나리타행 저비용항공사(LCC)의 편도 항공권은 5만∼7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7월만 해도 왕복 항공권 가격은 40만원대 수준이었다.
항공업계는 엔화 가치 상승, 일본 노선 공급량 증가, 대지진설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는 "이달 말 일본 남부 여행을 예약했는데 대지진설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며 "최근 일본 남쪽에서 실제로 지진이 발생하니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김모 씨는 "괴담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찜찜한 맘으로 여행 가기는 싫어서 7월에 일본 가려던 것을 조금 당겨 6월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대지진설은 2021년 재출간된 일본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서 비롯됐다. 예지몽을 자주 꾼다는 만화가 다쓰키 료가 꿈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1999년 처음 출간했다.
출간 직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대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만화의 표지 문구가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았다. 절판된 원작은 중고시장과 경매 사이트에서 1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될 정도다.
다쓰키는 2021년 완전판을 출간하며 "진짜 재해는 2025년 7월에 일어난다"는 새 예언을 추가했다. 그는 일본과 필리핀 사이 해저에서 대폭발이 발생해 초대형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을 덮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기상청은 7월 대지진설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3일 노무라 료이치 일본 기상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지진설에 대해 "헛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 이후 규슈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에서 소규모 지진이 3일까지 1천 회를 넘어서면서 대지진에 대한 불안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카라 열도는 규슈섬 남쪽에 있는 유인도 7개, 무인도 5개를 뜻한다.
홍콩 사람들이 특히 일본 지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2일 홍콩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오는 9월 1일부터 홍콩과 일본 소도시 2곳을 각각 잇는 정기 노선 운항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항공사는 홍콩에서 일본 대지진설이 퍼지며 탑승객이 급감했고 해당 노선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 항공사는 지난 5월에도 홍콩과 도쿠시마, 센다이를 잇는 항공편을 일부 감편한 바 있다.
5월 일본을 찾은 홍콩인 수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1.2% 감소했다. 주요 국가·지역 중 홍콩만 일본 방문자가 줄어든 것이다.
같은 달 주일 중국대사관이 일본 거주 자국민들에게 대지진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면서 일본 내 부동산 구입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