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 사이에서 피로 누적과 근무 스케줄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승무원들은 예측이 어려운 근무 일정과 제한적인 휴식 여건이 업무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는 항공 안전과 서비스 품질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승무원 A씨에 따르면, 탑승객 수 변화에 따라 배치 인원이 유동적으로 조정되면서 잦은 인력 교체와 불규칙한 근무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승무원 간의 업무 연속성을 저해하고, 효과적인 피로 관리에도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객실승무원에게는 월 8일의 휴일이 주어지지만, 실제로 날짜가 명확히 지정된 ‘확정 휴일’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근무 대기일(Reserve Day)’ 형태로 운영되며, 비행 스케줄은 전날에서야 확정돼 개인 일정 조율이 사실상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대기일은 통계상 휴일로 간주돼 실질적인 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일 8시간,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제55조는 정기적인 유급 휴일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차가 뒤섞인 비행 일정과 반복적인 심야 운항에 시달리는 객실승무원들은 정작 제대로 된 보상이나 회복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항공 한 임원이 “운항승무원은 누워서 쉬지만, 객실승무원은 이코노미석에서 쉬는 게 맞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현장에서는 “국제 기준과 법적 취지를 왜곡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객실승무원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을 넘어,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항공안전 종사자다. 미국과 유럽 등 항공 선진국에서는 객실승무원에게 별도의 자격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체계적인 훈련 및 휴식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Cabin Crew Attestation’을 통해, 미국은 연방항공청(FAA)을 통해 관련 자격을 엄격히 인증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일부 항공편에서는 대형 항공기임에도 불구하고 객실승무원이 일반 승객 좌석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휴식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기종에서는 전용 휴식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아, 장거리 운항 시 승무원들의 피로 누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유급휴일, 심야 및 휴일 근무에 대한 명확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지만, 항공 업계의 특수한 근무 환경과 실제 운영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장시간 시차 비행과 반복적인 심야 운항은 단순한 시간 기준만으로는 승무원의 건강권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령의 취지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피로도 관리와 근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며, “항공사뿐만 아니라 관계 정부 부처의 정책적 검토와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항공업계 전반에서는 객실승무원의 근무 환경과 안전 기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객실승무원이 단순한 서비스 인력을 넘어 항공안전의 핵심 인력이라는 점에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항공사의 피로도 관리 시스템과 근무 스케줄 운영 방식을 재검토하고, 객실승무원의 건강권과 항공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