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제주항공이 지난해 12월 여객기 참사에 이어 올해 1분기 4년 만에 저비용항공사(LCC)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20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김이배 대표는 참사 발생 이후 5개월째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태 수습 및 경영 안정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선 리더로서 일련의 사태에 마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다.

김이배 대표, 179명 사망 최악 참사에도 자리 지켜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국내 항공기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는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세상을 떠났다. 

참사 직후부터 제주항공 경영진의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김 대표는 “경영진 책임에 대해서는 거론하기가 시기상조”라며 “사고 수습 이후의 과정도 굉장히 복잡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 경영진은 이에 대한 협의하고 책임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고 당장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현시점까지 김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2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 이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관례다. 

물론, 김 대표가 참사 전까지 제주항공을 잘 이끌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해 중·단거리 노선 강화 등의 전략을 통해 LCC 1위 자리를 지켰고 그 공을 인정받아 2023년 연임에 성공했다. 

참사 이후 경영 능력까지 의심, 4년 만에 LCC 1위 뺏겨

하지만 참사 이후에는 경영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실제 LCC 1위를 차지하지 못한 표면적 문제뿐만 아니라 직원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내부적인 문제까지 겹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제주항공을 이용한 여객 수는 약 355만명이다. 전년 동기(458만명) 대비 약 103만명, 22.6% 감소한 수치다. 

결국 1분기 LCC 여객 수 1위를 티웨이항공(362만명)에게 내줬다. 진에어(357만명)에게 2위 자리까지 빼앗기며 3위로 추락했다. 제주항공이 LCC 여객 실적으로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이 여파로 1분기 실적은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96.07% 급감한 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원들의 기강 해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 예정이던 제주항공 항공기가 기체 정비 문제로 인도네시아 발리국제공항에서 18시간 넘게 출발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게이트 밖으로 나와 카페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다시 항공기로 들어간 것을 다수의 승객이 목격했다. 

전직 기장 A씨는 “공항에 따라 규정이 다르고 보딩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는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지난해 연말 참사로 제주항공을 지켜보는 눈이 많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윗선에서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김 대표 임기가 아직 1년 넘게 남아있는 만큼, 회사나 김 대표 모두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