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 이세령 기자]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전남 무안공항 참사는 국내외 항공업계 전반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뒤이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와 미국 소형 항공기 충돌 사고가 발생하며 승객들의 ‘항공 포비아(공포심)’는 더욱 커졌다. 잇따라 사고가 터지면서 항공기 안전 정비와 승무원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 속 항공기 이용 시 가격이나 서비스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했다. 특히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그간 주력해왔던 ‘가성비’와 ‘운영 효율성’은 물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안전 관리 체계 개선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안전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회사가 있다. 조중석 대표가 운영하는 이스타항공이다. 이스타항공은 승객 불안을 해소하고 신뢰 회복에 앞장서기 위해 안전 분야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승무원 채용 과정을 개편하는 등 대대적인 개선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금호그룹에 입사한 조 대표는 금호그룹 재무기획담당, 금호타이어 전략기획본부장, 아시아나항공 한국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2023년 1월부터 이스타항공 대표를 지내고 있다.

항공 안전 투자 6200억원…국내 LCC 중 최대 규모

LCC는 그동안 합리적인 운임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반대로 비용 절감 과정에서 정비 프로세스나 승무원 위기 대응 교육에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스타항공이 타 LCC와의 차별화를 꾀한 것은 이 부분이다.

조 대표는 “저렴한 운임 유지와 더불어 안전 기준 강화에도 회사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항공 안전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올해는 전년(약 5883억) 대비 4.7% 증가한 약 6200억원을 4분기에 걸쳐 항공 안전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안전 투자 공시제도’에 따라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LCC의 2025년도 항공 안전 투자 금액은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의 안전 투자 금액(6200억원)은 전체 LCC 투자 금액의 40% 가량을 차지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 9개사 중 가장 높은 투자액으로, 이스타항공이 안전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타항공은 양질의 조종사 훈련을 위한 ‘비행 시뮬레이터’도 도입했다. 조종사들은 해당 시뮬레이터를 통해 엔진 고장, 난기류, 악천후 등 다양한 비행 조건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법을 익힌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도 협력해 안전 운항 서비스를 지원받는 등 항공기 운항 관련 절차 역시 강화 중이다.

조 대표는 “안전은 항공사 존폐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에 우리 직원 모두가 동감하고 있다”며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에 항상 경각심을 갖고, 안전을 지키는 일에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승무원은 기내 안전 책임지는 전문직”

이스타항공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 대표는 “항공업계의 승무원 채용 기준은 ‘친절한 서비스’와 ‘외모’ 같은 외적인 부분에 치중해 왔다”며 “지금까지의 승무원 채용 관행에서 탈피해 근본적 역량과 안전 의식을 최우선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채용 개편에 나섰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객실 승무원 공개 채용 과정에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체력 시험’을 도입했다. 또 간호학 전공자와 의료기관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을 우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응급 상황에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승무원에게 중요한 부분은 ‘체력’과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이지만 이에 대한 검증 과정이 부족했다”며 새로운 채용 기준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승객들이 승무원에게 ‘안전 요원’ 역할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많은 항공사의 승무원 채용 방식은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일부 항공사에서는 여전히 서서 면접을 본다거나 워킹 모습을 평가하는 등 아직까지 불필요한 관행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항공사는 아직까지 승무원 외모와 체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 하이난 항공은 여성 승무원에게 ‘키-110’ 체중 기준을 적용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승무원 전문성과 안전 의식보다 외모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항공업계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 대표는 “이번 채용 전형 개편이 ‘승무원=서비스직’이라는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이번 이스타항공 채용 전형 개편이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라며 “항공업계와 승객 모두가 함께 변화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승객들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항공사”

끝으로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등을 없애 저렴한 운임을 제공할 뿐, 안전에는 결코 소홀히 하지 않다”며 “가심비를 넘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이스타항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조 대표의 최종 목표다. 그는 단순한 운임 경쟁을 넘어 항공업계 안전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