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이 안전하지 않다면 차라리 짓지 마라!"

울릉도 주민들이 울릉공항의 활주로 연장과 안전구역 확보를 위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섰다. 지난 4월 3일 결성된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원회'(수석위원장 이정태 울릉군 이장연합회장)는 30여개 지역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서명운동과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50인승 활주로에 80인승 항공기? 이건 재앙이다"

울릉공항은 2020년 7월 50인승 소형항공기 운항을 전제로 활주로 길이 1,200m, 중단안전구역 45m 규모로 착공됐다. 그러나 국내외 항공기 시장 변화로 50인승 항공기가 사실상 단종되자 국토교통부는 2023년 9월 소형항공기 기준을 80인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항공기 규모가 커졌음에도 활주로 길이와 안전구역은 기존 설계를 유지한 것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80인승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최소 1,500m 이상의 활주로와 90m 이상의 안전구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 고시에도 비계기 착륙 시 중단안전구역 최소 기준은 90m(권고기준 240m)로, 현재 울릉공항 설계(45m)는 절반에 불과하다.

■ "해무와 강풍 138일…비계기 착륙은 '러시안 룰렛'"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강수일수가 가장 많고, 연평균 138일 동안 순간풍속 25노트(12.9m/s) 이상의 강풍이 관측되는 등 극한 기상 조건을 자랑한다. 특히 6~7월에는 해무가 빈번해 조종사 시야에 의존하는 비계기 착륙 방식의 위험성이 크다.

1989년 7월 울릉도 관광헬기 추락사고(14명 사망)와 1975년 1월 만덕호 침몰사고(40여명 사망)를 겪은 주민들은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말라"며 분노한다. 올해 2월 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활주로 이탈) 이후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이에 대해 추진위측은 "1200m 활주로에 80인승 항공기는 러시안룰렛과 다를 바 없다"고 일갈했다.

■ 4월 21일 부산항공청 점거 예고…"목숨 걸고 싸울 것"

추진위는 4월 21일 부산지방항공청, 22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대규모 항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어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면담하고, 대통령실에 직접 건의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정부가 안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공항 건설 현장을 봉쇄하는 극단적인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주민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2026년 개항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