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완료된 지 3개월이 지난 가운데, 지역 항공산업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지역거점항공사의 존립이 불투명해지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와 부산시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부울경발전카페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4일 성명서를 통해 "에어부산의 향후 운명과 가덕신공항을 거점으로 운항할 지역거점항공사의 확보가 절실하다"며 정부와 산업은행, 국토부, 부산시, 대한항공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가 정부의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8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당시 정부와 산업은행, 국토부가 "통합 LCC(저비용항공사)의 본사는 부산에 둔다"고 발표했지만, 공적자금 회수가 완료된 후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최근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을 축소하는 한편, 인천공항 중심의 노선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대한항공이 하늘길 독점을 시작한 것"이라며 지역 항공산업의 위축을 우려했다.

에어부산은 지난 18년간 김해공항을 기반으로 수익성이 낮은 노선도 감수하며 지역거점항공사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최근 에어부산의 경영진을 교체하고, 진에어 중심의 통합 LCC 구조를 구축하면서 에어부산을 사실상 진에어의 하위 브랜드로 격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한항공은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을 축소하는 대신 인천공항에서 신규 노선을 개설하는 등 ‘수익성 중심의 항공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김해공항이 대한항공에 의해 홀대받고 있으며, 가덕신공항 역시 대한항공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역거점항공사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시는 최근 발표한 '2025년 부산시 주요 업무계획'에서 가덕신공항 추진과 관련해 국제선 중장거리 노선 확충 및 항공 전문인력 양성 등의 계획을 포함했지만, 지역거점항공사 존치 관련 구체적인 방안은 빠져 있다.

이들은 "부산시가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국토부의 눈치를 보며 지역 항공산업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며 "에어부산이 인천공항으로 끌려가고 지역거점항공사가 사라진다면, 박형준 부산시장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가덕신공항의 성공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지역거점항공사의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을 강력히 촉구했다. 만약 에어부산의 분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새로운 지역 항공사 '부산에어(가칭)'를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한항공의 김해공항 운항 축소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외항사 대체 노선 확보 요청,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불매운동 등의 대응을 부산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와 정부가 지역 항공산업을 외면한 채 대한항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부산시민들이 직접 나서 지역거점항공사의 존치를 위해 강력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