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중심 흡수 땐 LCC 시장 독과점 우려
중복노선 정리돼 소비자 입장엔 악재
신공항 개항 앞두고 거점항공사 이탈
"부산이 만들고 키운 기업 뺏길 수도"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지난 2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최종 승인으로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산하에 있는 에어부산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가 아시아나 항공 계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메가 LCC로 몸집을 불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상공계 입장에서는 어렵게 출범해 키운 우량 기업을 뺏기게 되는 셈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복 노선이 상당수 사라짐에 따라 더 많은 비용을 내고 항공기를 이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어부산 항공기. 국제신문DB▮유럽연합 이어 미국 승인도 받을 듯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번 유럽연합의 최종 승인에 따라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미국 법무부(DOJ)도 조만간 심사 절차를 최종적으로 종결하고 사실상의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한다. DOJ는 다른 나라의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공표하지 않고,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만 합병 검토를 마친 뒤 독과점 소송을 제기해 의사를 표명한다. 합병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는다면 승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유럽연합 집행위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에 따라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고자 여객과 화물 부문을 덜어낸 바 있어, DOJ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 절차를 졸업한 뒤 다음 달 20일 이전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주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의 편입을 마칠 계획이다. 총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 8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거래를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절차가 끝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확보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중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를 최종 완료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할 방침이다. 이후에는 2년간의 독립 운영 기간을 두고 마일리지 통합 등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한다

▮“진에어, 에어부산 흡수 후 시장 1위 노려”

에어부산의 운명도 아시아나 항공이 이 기간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인천공항에서 통합 LCC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22년 외신인터뷰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하며 허브는 인천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부산 상공계와 지역사회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주장했으나 “3사 통합 운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3사 통합을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심사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하면 사실상 독과점 LCC로 몸집을 불리게 된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0월 국제선 기준 이들 3사가 운송한 여객 수는 1058만 명으로 1위인 제주항공(714만 명)과 2위 티웨이항공(544만 명)을 크게 뛰어넘는다. 업계가 1강(통합 진에어) 2중(제주항공·티웨이항공)인 과점 구도로 재편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겹치는 노선이 줄고 항공사 간 출혈 경쟁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가 항공권을 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부산이 키운 기업 뺏긴다”…시민사회·상공계 대책 마련 촉구

부산은 지역기업과 거점항공사를 동시에 잃을 처지에 놓였다. 에어부산은 지자체와 지역 상공인이 출범시킨 기업이다. 2007년 부산시와 지역 12개 지역 기업은 지역 거점 항공사를 만들자는 목표로 출자해 에어부산 전신인 부산국제항공을 출범시켰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저비용항공사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부산국제항공에 대주주로 참여하게 됐다. 당시 항공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가 필요했던 부산국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곧바로 국내 최초 지역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탄생하게 된다.

2008년 에어부산 출범 당시 48.98%에 달했던 지역기업 지분은 에어부산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후 급격히 줄어 현재는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지분을 모두 합쳐도 16% 수준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현재 에어부산에 대한 41.8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고용효과도 상당하다. 에어부산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직장인 데다 고용 인원도 1400명에 달한다. 또한 부산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이 31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에어부산은 그중 하나다.

가덕신공항 개항을 앞둔 상황에 거점항공사를 잃는 것도 악재다. 공항이 개항할 때는 지역 수요에 발맞춘 다양한 항공 노선을 공급해줄 거점 항공사가 필요한데, 이를 수행할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산 상공계와 시민단체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발표되자 “부산시민은 부산 항공사 에어부산을 절대 인천공항에 내어줄 수 없다”며 “지역의 숙원이었던 가덕신공항은 거점 항공사가 없어 성공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부산시는 분리매각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를 위해 정부와 대한항공을 본격적으로 설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에어부산 인수 후 합병’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승인 절차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 입장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