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 노선 운항을 적극적으로 늘려온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따라 일본과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노선 확장 전략을 펼쳐온 LCC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8.22원을 기록했다. 최근 100엔당 1000원을 넘으며 고공행진을 하던 것에 비하면 다소 떨어진 것이지만 여전히 높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20.91원까지 치솟아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7월 평균 환율(852.7원)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안정세를 보이며 원·엔과 원·달러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 장중 최저가는 1420.9원으로, 이는 비상계엄 사흘 후인 작년 12월 6일 1414.7원 이후 약 넉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5.8원 하락한 1424.1원였다.

◇엔고에 수익성 '비상'···日 노선 확대한 LCC, '환율 쇼크' 우려

표면적으로 엔화 환율 상승은 일본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LCC의 사업 구조상 이를 단순한 수익 확대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항공권 매출은 대부분 현지 통화인 엔화로 결제되지만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인건비 등 주요 비용은 원화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엔고 현상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일본 노선이 그동안 LCC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는 점이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지난 1~2년간 LCC들은 공격적으로 일본 노선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작년 3분기 기준 진에어는 일본 노선 비중이 41.2%,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각각 30.2%, 28.2%에 이른다. LCC의 경우 국제선 중 일본 노선 비중이 가장 높고 동남아시아 노선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엔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의 일본 여행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일본인의 한국 방문 수요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LCC의 전체 수익 구조에서 일본인 승객 비중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엔고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내 여행 수요 위축과 고정비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거리 중심 운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동남아·중국 등 원화 기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으로 노선을 조정해야 한다"며 "여행 수요 회복만으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비용 중심’ 국면이 다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엔화 강세에 LCC '비용 중심' 국면 재점화···일본 노선 전략 수정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LCC들은 억눌린 해외여행 수요를 기회로 삼아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중심의 외형 확대에 집중해 왔다. 항공권 수요가 늘며 매출은 개선됐지만 리스료·유류비·정비비용 등 고정비 구조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 대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엔고'라는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수요만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재차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LCC들은 항공권 단가 인상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떠안게 되는 상황이다.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는 대부분 달러화로 책정되는 반면 수익은 엔화나 원화 등으로 환산되므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성의 불확실성 또한 증폭된다. 

결국 비용 중심의 리스크 관리 전략 없이 단순 수요 확대에만 의존할 경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간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 강세가 단기에 끝나지 않는다면 일본 노선 확대 전략은 기대와 달리 수익성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김소라 기자